미국에서 집을 산다는 결정은 단순한 부동산 거래 그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나와 가족의
공간’을 처음으로 꿈꾸기 시작하는 그 순간부터, 우리는 이미 마음속으로 새로운 삶을
그려나가기 시작하죠. 인터넷에서 리스팅을 찾아보고, 마음에 드는 동네를 직접 걸어보며
‘이곳에서의 나의 삶은 어떤 모습일까’를 상상하는 일은 정말 들뜨고 기분 좋은 경험입니다. 어떤
에이전트와 함께할지 고민하며 지인들에게 조언을 구하고, 주말마다 오픈 하우스를 다니며
하나하나 비교해보는 과정도 설렘 가득한 여정의 일부지요. 하지만 이러한 설레는 마음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바로, 집을 구매할 때 어떤 초기 비용이 들어가는지를 미리 이해하고
준비하는 것입니다. 첫 집이기에 더욱 신중해야 할 부분이죠.
☐ 다운페이만 준비하면 되는 거 아니야?
정답은 아닙니다. 많은 분이 집을 처음 구매할 때, “다운페이(Down Payment)만 준비하면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하십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다운페이는 주택 가격의 일부를 선납하는
금액일 뿐이고, 실제 집을 매매하는 과정에서는 이외에도 여러 가지 부대 비용들, 즉 Buyer’s Closing
Cost가 들어갑니다. 이 클로징 비용은 집을 내 이름으로 등기하고, 대출을 확정하며, 보험과 세금
관련 준비까지 마무리 짓는 데 필요한 모든 행정/금융 비용을 포함합니다. 보통 집값의 2%에서
3% 정도가 추가로 들어가며, 이 금액은 집값이나 대출 금액, 거래 조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 비용들은 한 번에, 클로징 당일에 지불하게 됩니다.
☐ 클로징 비용이 그렇게 많이 든다고?
클로징 비용이 대체 얼마나 되길래? 보통 주택 구매 시 클로징 비용은 융자 금액의 2~3% 정도가
됩니다. 금액만 보면 “그렇게 크진 않은 것 같은데?” 싶을 수도 있지만,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당황하기 쉬운 비용이기도 합니다. 이 클로징 비용은 한두 가지가 아닌, 여러 일회성 항목들이
합쳐진 금액입니다. 아래는 대표적인 클로징 비용 항목들입니다. 모든 비용이 여기에 포함되는
건 아니지만, 대부분의 구매자가 접하게 되는 일반적인 항목입니다.
- 융자 수수료 (Loan Origination Fee)
대출을 받기 위해 은행이나 대출 기관에 지불하는 수수료입니다.
- 신용조회 비용 (Credit Report Fee)
대출자의 신용 상태를 확인하기 위한 수수료입니다. 크지는 않지만, 필수 항목입니다.
- 감정 비용 (Appraisal Fee)
은행이 집의 가치를 평가하기 위해 요구하는 비용입니다. 집값이 대출 금액에 비해 적정한지를
판단하는 데 필요합니다.
- 타이틀 보험 (Title Insurance)
주택의 소유권에 법적인 문제가 없음을 보장하기 위한 보험입니다. 일반적으로 셀러와 바이어 중 누가
부담할지 협상 가능합니다.
- 재산세 예치금 (Property Tax Reserve)
모기지 회사가 향후 재산세를 대신 납부하기 위해 3~6개월치 세금을 미리 예치하는 금액입니다.
- 주택 보험 예치금 (Homeowner’s Insurance Reserve)
주택 보험의 1년치 보험료를 선불로 납부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 타이틀 회사 수수료 (Title Company Fees)
타이틀 회사에서 거래를 중개하고 서류를 정리하는 데 드는 비용입니다.
☐ 에이전트 수수료는 누가 내는 거지?
최근 있었던 소송 판결에 따라, 부동산 거래 시 에이전트 수수료는 셀러는 리스팅 에이전트,
바이어는 바이어 에이전트 비용을 각각 부담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이 발표되었습니다. 하지만
현장에서 활동하는 필자의 경험을 따르면, 이러한 원칙이 실제 시장에서는 아직까지 완전히
정착되었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여전히 많은 셀러들이 바이어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바이어
측 에이전트 수수료까지 함께 지불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예외적인 상황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FSBO(For Sale By Owner) — 즉, 집주인이 직접 집을 판매하는 경우나, 특정 거래
조건에서는 바이어가 직접 에이전트 수수료를 부담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계약에 들어가기 전, 바이어 에이전트 수수료를 누가 지불할 것인지에 대한 부분을 명확히
정리해두는 것은 집 구매 비용을 보다 정확히 예측하고 계획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합니다.
첫 집을 사는 여정은 설렘으로 가득하지만, 그만큼 철저한 준비가 필요한 일입니다.
다운페이만큼이나 클로징 비용, 에이전트 수수료 구조, 보험과 세금 예치금 등을 꼼꼼히 챙기는
것이, 금전적인 계획의 차질없이 내 집 마련의 첫걸음이 됩니다. 부동산 전문가나 모기지 렌더와
함께 미리 전체 비용을 상담을 해보십시요. 그래야 의미 있는 “내 집 마련”이라는 인생의 큰
결정을 차질없이 즐겁게 마무리할 수 있습니다. 즐거운 여정이 되시길 바랍니다.